하미나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저술, 퍼포먼스, 방송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여성 우울증에 대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외 여러 책을 펴냈으며 현재는 과학과 여성을 다룬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다.
사유 스웨덴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며 본명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중이다. 계속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지은 필명으로 와라클 운영과 더불어 꾸준 히 글을 쓰고, 글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하키마 어린이·청소년들을 만나는 대안교육 기관, 청소년 센터, 학원에서 목공부터 글쓰기까지 다양한 수업 및 팀 활동 형태의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을 해왔다. 최근에는 학원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말과 몸짓을 기록하고 싶어 동시를 쓰고 있다.
와사비라이팅클럽(이하 와라클)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미나 2020년부터 글쓰기 모임 하마글방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점점 늘어나는 수요를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서 고민하던 와중에 사유를 만났어요. 함께 비정기적 글방도 열어보면서 같이 일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갔어요. 그러다 작년에 저와 사유, 그리고 초창기 멤버인 서지 셋이서 와라클을 시작했는데 꽤 성공적이었어 요. 혼자서나 둘이 있을 때랑은 또 다른 동력이 생기더라고요.
사유 당시 불완전한 것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와비사비(侘び寂び)라는 개념에 꽂혀있었는데 와비사비, 와비사비, 하다가 줄여서 와사비라는 이름에 딱 꽂혔어요. 후보군에는 르세라핌의 노래 중 ‘나는 나비가 될 애송이’라는 가사에 영감을 받은 애송이도 있었고, ‘얼레벌레 쓰더라도 그냥 쓰자’라는 신조로 얼레벌레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와사비로 정착했어요.
하키마 저와 사유 모두 하마글방 초창기부터 오갔던 수강생이에요. 서로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생계에 도움이 되면서도 각자 창작 활동을 지속하도록 도와주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기존에 소규모로 운영 중이던 글쓰기 모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와라클 운영진에 합류하게 됐어요.


최종 후보에 든 다른 이름들도 결국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쓰자는 와라클의 신조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와라클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하키마 와라클은 각 기수별로 5주간 운영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마감하고, 피드백을 나누는데요, 저희는 그 과정에서 공간을 운영하고, 돌보고, 내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을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북돋습니다. 가장 쓰기 어려운 첫 문장을 틔우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아 지기의 편지도 보내드리고, 꾸준히 앉아서 글을 쓰는 생활을 하는 데에 동력을 드리기 위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같은 시간에 꾸준히 랜선 작업실을 엽니다. 그 밖에도 원데이 글방, 낭독회 등의 이벤트를 통해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서 클럽원분들께서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교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미나 와라클에서는 모두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익명의 공간, 그리고 그걸 혼자서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찾아주시다 보니 이름, 나이, 직장 등 현실의 나와 관련된 것이 아닌 각자의 글로만, 글을 쓰는 자아로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어요.
사유 지기의 편지나 랜선 작업실 등 여러 창구를 통해서 참가자들에게 ‘우리 이런 태도로 글을 써봐요’, ‘이런 식으로 피드백하면 좋겠어요’하고 꾸준히 소통하고 있어요. 모임 초반에는 다들 적응해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피드백 작성하는 걸 어려워하시고, 또 종종 날카로운 피드백도 보게 돼요. 하지만 그런 피드백을 배제하는 대신 피드백을 받는 분께 피드백을 모두 다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어떤 피드백을 내 것으로 소화해 낼지 선택해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소규모 글방에서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로 판이 커지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특이 사항은 없나요?
사유 온라인 모임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시점과 피드백을 받는 시점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고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없어요. 대신 이번 주 글에 달린 피드백을 보면서 ‘내가 이 부분을 잘 전달하지 못했구나’, ‘다음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된다면 그땐 다르게 접근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다른 글을 준비하게 되는 구조인 거죠. 오프라인 모임이 주는 현장감은 없지만 대신 서로 간의 물리적, 그리고 시간적 거리감이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하키마 글에는 아주 내밀하고 취약한 순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면 이야기 속 화자와 글쓴이를 분리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와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는 글쓴이의 삶에 대해 얘기하러 모인 게 아니고, 우리가 그 사람의 삶을 다 알 수도 없다는 점을 강조해요. 이 저자가 써온 한 편의 이야기가 한 명의 독자인 나에게 전달해 주는 것들에 대해, 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 들었는지, 이 글은 어떤 지점에서 유효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그 지점이 잘 전달되려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자고 합평규칙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강조해요. 그럼으로써 일시적으로 만난 사람들끼리도 안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죠.

합평 원칙 중 ‘글을 쓴 사람과 글을 분리할 것’,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글쓰기 모임은 쉽게 심리 치유 모임의 형태가 된다’고 말씀하신 대목이 인상 깊었어요.
미나 커뮤니티가 친목을 중심으로 돌아갈 때 어떤 문제들이 생기는지 직접 경험하면서 모임의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피드백은 당신이나 당신의 삶에 대한 게 아니라 당신이 가져온 글에 대한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여기서 착할 필요도 없고, 거짓말할 필요도 없고, 그냥 진실한 자기 이야기를 하면 된다는 게 몸으로 학습되어야 더 솔직한 글이 나오더라고요. 마음에 걸리는 피드백을 듣더라도 그걸 받아들일지 선택하고, 소화할 힘 또한 자신에게 있다는 걸 경험하면서요.
사유 지기들도 서비스 곳곳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서비스 중 <마감과 피드백>에서 피드백은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긴 글을 동료에게 건네고, <랜선작업실>에서는 10-20분간 이모티콘이나 짧은 감상평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요. 멀고 깊게 만났다가 짧고 가깝게 만나기도 하는 거죠. 그리고 <